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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쉼터/D2015~2016

[2015-0416-수] 세월호 1주기



작년 4월 16일이 생각난다.
1,2교시에 세계지리 수업을 마치고 류현진의 선발 등판 경기를 보기 위해 TV를 켰더니
세월호 침몰에 대해 보도하고 있었다.

CNN에 뉴스에 익숙해져 있는 터라 TV보도 수준에 조금 화가 났다.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라는데, 현장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너무 미흡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올라가기 전에 대부분 구조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하지만 저녁에 나온 실제 상황은 보도와는 너무 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가 났던 것은 그냥 대기하라는 방송에 대기했던 애들이었다.

아! 거기서 선생님 말 들으면 어떡해! 상황 판단을 잘못한 인솔교사들에게도 조금 화가 났다.

정말 나쁜 놈들은 기다리라 해놓고 달아난 선원들이지만,

애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뭔가 잘못 가르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각종 규칙으로 붙들어 놓고 순종적인 애들을 키우는 데 앞장 서고 있는 듯한 그런 자괴감이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1년이 흘렀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여름 제주도에 다녀오면서 진도 남쪽 바다를 통과하여 진도대교가 있는 우수영에 도착했다.

팽목항까지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지 못했던 것이 조금 마음에 거슬린다.

무리를 해서라도 가보지 않아서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왜 침몰되었는지 아직도 그 이유를 밝히지 못하고 있고,

수심 44미터에 있는 배를 인양할까말까로 고민하고 있다.

어디가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졌다. 그런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2015년 4월 16일 거의 20년을 유지해 오던 홈페이지의 데이터가 공식적으로 모두 날라갔다.

한 보름 동안 살릴 수 있을까 하던 미련이 있었는데, 완전히 날리고 나니 정말 멘붕이 왔다.

그 허전함.


그저 기억과 추억이 사라져도 허전함이 밀려들고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지는 데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허망함은 그 강도가 어마어마할 것 같다.


오늘 대통령은 남미로 떠나기 전에 팽목항에 잠시 들렸다.

작년 4월 16일 오전에 바로 팽목항으로 내렸갔다면 정말 많은 생명이 살 수 있었고

두고두고 칭송받는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모두들 대통령의 지시만 바라는 상황에서 7시간 동안 그녀는 사라졌다.


내가 내는 세금들이 정말 잘 쓰여진다면

나는 정말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다.


내가 가르쳤던 많은 애들이 고시를 통해 공직자가 되고 있다.
잘 견뎌서(정말 곧으면 잘 견디기가 힘들다)

어느 위치에 오르면

기꺼이 국민들이 세금을 낼 수 있는 그런 일들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아직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돌아오기를 바란다.


뭉그니